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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더불어

겨울나그네 詩 제1편 (1~6수) 옮김

by 눈솔-강판순 2024. 2. 28.

빌헬름 뮐러의 시 [겨울나그네] 詩 1~6수 옮김. 

슈벨트의 가곡을 위한 (독일 가사에 율을 맞춘) 직역을 조금 순화함. 

겨울나그네한말1편.pdf
0.07MB

 

1 잘 자요: 눈솔 번역

생략, 악보 1편 참조

https://psk1236.tistory.com/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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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풍향계: 눈솔 직역

 

바람이 풍향계를 놀려,

고운 연인의 집위에.

난 망상속에 생각하길,

가엾은 도망자를 놀린다고.

 

그가 먼저 보았어야 하리,

집위에 달린 표시를;

그럼 그는 찾진 않았을 터,

그집에서 정숙한 여인을.

 

바람이 내 맘속을 놀려,

지붕처럼, 덜 소란해도.

내 비탄, 그들이 왜 챙겨?

그녀 애, 부자 신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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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얼은 눈물: 눈솔 직역

 

얼은 방울 떨어져,

내 뺨으로부터;

그래,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니?

 

, 눈물, 나의 눈물,

그리 미지근해,

넌 그만 얼음되어,

찬 아침 이슬처럼?

 

넌 또뜨겁게 솟구쳐,

내 가슴 속에서.

마치 다녹여 낼듯,

겨울의 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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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얼었네: 눈솔 직역

 

난 눈속에 헛찾네,

그녀 발자국을.

내 팔안에 거닐던

그 푸른 들판에.

 

난 땅에 키스하리,

내 타는 눈물로,

얼음과 눈을 뚫으리,

내가 땅을 볼 때까지.

 

꽃은 어디서 보나,

푸른 들 어디서?

꽃들은 죽었었네,

들은 창백하네.

 

가져갈 것 하나 없나,

여기 기념품을?

내 슬픔이 멈출 때,

뉘라 그녀를 말하리?

 

내 가슴은 죽은듯,

그녀 모습 그속에 얼어.

다시 가슴 녹으면,

그 모습 그기에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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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보리수나무: 눈솔 보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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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홍수: 눈솔 직역

 

많은 눈물이 떨어지네,

내 눈에서 눈위로.

찬 눈송이가 스민다,

내 타는 슬픔 속에.

 

풀이 돋아날 때즈음,

따뜻한 바람 부리.

얼음이 다 부서지고

눈도 녹아가리라.

 

눈아, 내 그리움을 알지?

말해, 어디로 갈 건지.

내 눈물을 따라가면,

곧 개울이 삼킬걸.

 

물과 마을을 누비며,

분잡한 거리를 돌리.

내 눈물 탐을 느끼면,

그기가 내 연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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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명저산책]
1825년 오스트리아 빈. 친구 집을 방문했던 가난하고 병든 작곡가 슈베르트는 우연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빌헬름 뮐러의 시집 '겨울 나그네'를 읽게 된다. 시집에 깊이 감동한 슈베르트는 허락도 구하지 않고 자신의 작업실로 시집을 가져와 작곡에 매달린다. 가곡집 '겨울 나그네'는 이렇게 1827년에 완성된다. 가곡집의 첫 번째 곡은 '잘 자요'다.
"그대의 단잠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발걸음 소리 들리지 않도록/ 살며시, 살며시 문을 닫네/ 가면서 나는 그대의 방문에다/ '잘 자요'라고 적어놓네."(이하 김재혁 번역)
가곡집 '겨울 나그네'의 주제 역시 사랑의 아픔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방랑의 길에 나선 한 젊은이의 심리가 가사와 곡을 통해 절절하게 전해진다. 가곡에 수록된 뮐러의 시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보리수'다. 전반부를 읽어보자.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난 그 그늘 아래서/ 수많은 단꿈을 꾸었네// 보리수 껍질에다/ 사랑의 말 새겨넣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그곳을 찾았네// 나 오늘 이 깊은 밤에도/ 그곳을 지나지 않을 수 없었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두 눈을 꼭 감아 버렸네."
가곡에 수록된 뮐러의 시 24편에는 사랑을 잃고 길을 떠난 나그네의 실존적 몰락과 자아 상실의 과정이 처절할 정도로 슬프게 묘사되어 있다.
오죽하면 슈베르트가 '겨울 나그네'를 친구들에게 직접 들려줬을 때 모두 그 쓸쓸함에 놀랐다고 전해질까. 뮐러의 쓸쓸함에 슈베르트의 쓸쓸함이 더해졌으니 분위기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이 간다.
1794년 독일에서 태어난 뮐러는 전통적인 독일 민요에 특유의 낭만성을 녹여낸 시인이다.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바람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뮐러는 독일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가장 독일적인 시인이었다. 동시대 시인이었던 하이네는 뮐러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당신의 민요에서 내가 바라던 순수한 음향과 진정한 소박성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의 민요는 그지없이 순수하고 맑습니다. 나는 괴테와 당신 말고는 그 어느 민요시인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뮐러와 슈베르트는 비슷한 시기에 생을 마감했다. 가곡집 '겨울 나그네'가 나온 1827년 가을 뮐러가 세상을 떠났고, 슈베르트는 다음해 31세로 먼 길을 떠났다.
슈베르트는 뮐러의 다른 연작시에도 곡을 붙였는데 그것이 바로 '겨울 나그네'보다 먼저 나온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다. 독일 3대 가곡집 중 '백조의 노래'를 제외한 2편의 원작자가 뮐러인 셈이다.
우리가 뮐러의 시를 찾아 읽고,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고, 최인호 소설과 곽지균의 영화로 '겨울 나그네'를 만났던 그 겨울날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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