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도
겨울 눈에 젖은 가랑잎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포근하다.
낯선 새 한 마리
헐벗은 나무위로 날아올라
탐욕서린 주둥이로
어스름 노을을 희롱한다.
그림자 잃은 어둠이
갑작스레 달려들면
누가 향불 피워놓고
긴 밤을 홀로 지새며
게으른 일상을 거슬러
어지론 잔영을 태울겐가.
누가 그 누린 소리를 듣는가
누가 그 거친 내음을 맡는가
다만 돌이켜 서있는 그대로
또 다른 잉태를 맞이할진저.
등성 위 겨울 나무들은
남몰래 하늘가에 숨어든다.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