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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더불어

겨울 기도

by 눈솔-강판순 2022. 12. 16.

겨울 기도

 

겨울 눈에 젖은 가랑잎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포근하다.

낯선 마리

헐벗은 나무위로 날아올라

탐욕서린 주둥이로

어스름 노을을 희롱한다.

 

그림자 잃은 어둠이

갑작스레 달려들면

누가 향불 피워놓고

밤을 홀로 지새며

게으른 일상을 거슬러

어지론 잔영을 태울겐가.

 

누가 누린 소리를 듣는가

누가 거친 내음을 맡는가

다만 돌이켜 서있는 그대로

다른 잉태를 맞이할진저.

등성 겨울 나무들은

남몰래 하늘가에 숨어든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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