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원로회 서신 243호 ☆
- 건배(乾杯) -
■ 우리가 술을 마실 때 서로의 술잔을 부딪치며 외치는 건배(乾杯)는 뜻풀이로 볼 때는 동양적 의미로 잔을 비운다는 말이지만 사실은 서양에서 시작된 것으로 특별한 유래가 있다. BC 8세기 경 켈트족이 영국을 차지한 후 수많은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건 언제나 내부의 적이 문제였다. 켈트족도 마찬가지였다.
BC2세기에 이르기까지 자체 내에서의 독살이나 암살 같은 숱한 이전투구를 겪은 장수들은 실제로 전쟁터에서의 치열한 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의 와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러한 내분을 방지하기 위해서 켈트족은 그들의 고유문화인 돼지고기와 맥주를 주로 먹는 '드루이디즘'이라는 종교적 의식을 행할 때 특별한 격식을 만들었다.
이때의 잔은 지금과 같은 유리가 아니라 목재였다. 출전을 앞둔 장수끼리 맥주를 마실 때, 잔을 세게 부딪혀 서로의 잔이 넘쳐 섞이게 함으로써, 상호 독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신뢰와 우정을 다지는 방편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후 켈트족은 결속을 이루게 되고 웨일스가 속한 잉글랜드 본토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등 영국 전체를 다스리게 된다.
■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보좌관이 태영호의 술잔에 독을 탔다. 적군의 나팔수인 mbc에 그의 장수가 밝힌 전략을 녹음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태영호가 성주인 강남구를 성채로 삼으려는 숱한 국민의힘 황건적들이 이때다 싶어 지도부를 성토하고 태영호의 입에 독주를 들이부으려고 사방에서 포박한다. 독살같은 내부총질에 마침내 태영호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강고한 40%의 콘크리트로 된 철옹성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패장 이재명을 꿋꿋이 지키며 소영웅 송영길을 청렴으로 떠받들고 '평산책방' 문재인에 줄을 서서 응원해 내부를 다잡는다. 펄펄 끓는 용광로가 짜내는 프레임은 견고하기 이를 데 없어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제원을 그로기 상태로 내몰았고 그의 상관 김기현도 저들의 프레임에 장단맞춰 춤을 추니 원정길을 평정한 윤석열만 외롭다.
먼 훗날 어느 역사학자가 21세기 초엽에 적나라한 모습을 보인 자유대한민국의 멸망기를 복기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하기야 세기적 영웅 칭키즈칸이 세운 원나라도 97년이 고작이었는데 수천 년간 보릿고개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심한 조선족이 G7 입네 하며 마지막 몇 년은 미국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건국 이후 70년을 유지했다는 게 가상할 뿐이다.
■ 정조가 승하한 1800년, 쿠데타에 성공한 나폴레옹 치하의 프랑스는 영국으로부터 갓 독립한 미국이 볼 때는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한 프랑스가 아니라 전체주의 국가로의 회귀국이 되어있었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 전체주의와 흡사했다고 보면 된다. 미 10달라 지폐의 주인공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정적인 제퍼슨을 이렇게 공격했다.
"모든 사건 들에 대하여 프랑스에 면죄부를 주고, 프랑스가 행사할 수도 있는 모든 폭력에 복종할 정신을 가다듬으며, 프랑스의 의지에 절대 굴종하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미합중국을 독재 프랑스 총재정부에 예속된 주(州)로 격하시키고 그곳의 식민지 총독이 되고자 하는 것은 오직 아주 선동적이고 약삭빠른 인물이나 가질 법한 위법적이고 비열한 목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해밀턴이 쏟아낸 공격적인 어조는 프랑스의 위협적 행동을 두고 당시의 미국이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얼마나 양극으로 분열되었는지를 반영한다. 총 1421쪽의 '알렉산더 해밀턴' 전기 1011쪽에는, '길 건너에 사는 다정했던 이웃들과도 서로 피해 다니며,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 할까 봐서 서로 다른 곳만 쳐다본다'라고 적혀있다. 토요일 오후 좌와 우로 갈라진 광화문 풍경이다.
'해밀턴은 미국이 두 개의 진영으로 분리된 채 선언된 적 없는 내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해 가을 치러진 선거들로 그들의 기세는 한층 드높아져서, 귀족적인 상원에서 강세를 보였던 그들은 이제 하원의 의석들까지 휩쓰는 승리를 거두었으며 심지어는 남부 의석 수 개도 확보했다.' 어쩌면 이렇게 21세기 대한민국은 18세기 말엽의 건국 초기 미국을 꼭 빼닮았을까.
"우리의 혁명전쟁이 끝날 즈음이 되자, 영구 평화라는 유령이 모두의 눈앞에서 춤추고 있었다." 해밀턴은 이렇게 썼다. 만약 프랑스가 쳐들어온다면 수많은 제퍼슨주의자들이 그 침입자들을 도우면서 '프랑스의 군기(軍旗) 아래로 몰려들어 나머지 사람들의 저항을 진압하기 쉽게끔 만들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역사는 위 문장에서 프랑스를 북한으로, 제퍼슨주의자들을 종북좌파로 바꾸어 보라고 가르친다.
■ 칼 마르크스가 태어나기도 전이라서 이념적 대립은 없었지만 통치방식을 둘러싼 연방주의파와 비연방주의파의 대립은 협치(協治)라는 용어를 무색하게 했고 몇 십 년간 고름을 키우다가 결국에는 남북전쟁이라는 종기로 터져 비연방파를 찍어내고 나서야 지금의 온전한 미국이 됐다.
대한민국은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암(癌)을 앓고 있다. 나폴레옹은 멀리라도 있었지만 공산주의로 대물림한 김정은은 지척이다. 그뿐이랴, 미국의 비연방파보다 더욱 견고한 한국의 종북좌파가 이미 항복문서를 평양 대운동장에서 북한의 나폴레옹에게 전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박근혜 탄핵으로 백 번은 해직되어야 할 썩은 언론인들이 미국도 못한 협치를 써갈기며 윤석열을 옥죄고 있다.
다시 한번 검(劍)을 갈고닦아야 할 옛날의 대장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우리에게 남은 건 분열과 좌절, 그리고 타는 목마름뿐이다. 때까우들이 스스로를 백조라고 생각하는 자들로 여의도는 가득 채워지고, 거대한 죄악 덩어리이자 껍데기부터 알맹이까지 모조리 쓰레기 그 자체였던 이재명은 건재하며 국민의힘은 양손에 무거운 시간을 벌을 서는 아이처럼 들고만 있다.
치러야 할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이겨야 한다. 워낙 기울어진 전선에서 그나마 마지막 발악이라도 부려볼라치면 우선은 독살의 의도가 전혀 없다는 다부진 건배라도 해 서로의 술잔과 부딪쳐볼 일이다. 광화문도 여의도도 가릴 것 없이 우파는 모두가 술잔을 들고 나와야 한다. 수령님을 추종하는 무리만 아니라면 모두가 괜찮다. 새로운 자유대한민국을 위하여 술잔을 높이 들어 우리 모두 외치자! 건배! 건배!
2023년 5월 11일
그래, 건배(乾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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