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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펌) 풀이름을 갖는 나무들

by 눈솔-강판순 2022. 12. 17.

왜 곧은 나무에 풀이름이 붙었을까

글·사진 / 송 홍 선(민속식물연구소장)

 

우리말의 식물명 중에는 나무이면서도 풀의 기본단위 어휘가 붙어 있는 혼란스런 나무이름이 있다. 된장풀·조희풀·골담초·낭아초·죽절초·만병초 등이 그 예이다. 이 나무들은 줄기가 약하거나 그다지 크지 않아 풀처럼 여긴 데서 붙여진 듯하다.

 

나무가 풀이름 때문에 풀로 착각

지난해부터 쓰기 시작한 본 지의 나무이름 유래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 나무 중에는 제각각의 형질특성에 맞게 이름이 붙은 것이 많다. 그런가 하면 향토명의 출전을 찾을 수 없어 모호한 나무이름도 더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곧은 나무인데도 끝말에 ‘풀’ 또는 ‘초()’가 붙어 혼란스런 경우도 더러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를 설명해 볼까 한다. 중략.... 

어떠한 사물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지시물을 범주화하고 묘사해 생략과정을 거친다. 식물의 우리말 이름도 마찬가지다. 특히 식물의 이름은 모양·빛깔·길이·굵기·크기·넓이·수·성질·상태·사람·동물·사물·장소·시간 등과 같은 요소에 기반을 두고 단계적으로 명명의 순서를 밟아간다
그 순서는 풀·나무·꽃·난(난초) 등과 같이 어휘 조작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기본단계에서 출발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기본단계에서 출발하는 경우의 이름은 모시풀()·소나무(나무)·제비꽃()·한란() 등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민들레·고사리 등의 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기본단계의 ‘풀(또는 초)’가 붙은 식물의 이름 가운데 그 식물의 성질과 다르게 명명된 식물의 이름을 소개할까 한다. 실제로 나무인데도 그 이름에 ‘풀 또는 초’자가 붙어 있어서 풀로 오해할 수 있는 나무이름이 있다. 그 예를 보자


‘된장풀’은 된장과 풀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 이름은 줄기와 잎을 된장에 넣으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생겨났다. 그러나 된장풀은 풀이 아니고 콩과에 속하는 갈잎넓은잎떨기나무이다.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이다. 된장풀은 높이 30~90cm까지 자라며 잎은 어긋나기를 한다. 꽃은 8~9월에 황백색으로 피며,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이 식물은 나무인데도 줄기가 가늘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위쪽이 녹색을 띠어 풀처럼 연약하기 때문에 풀처럼 생각한 듯하다. 한자로도 ‘미쟁초(味草)’라 하여 풀의 뜻이 있어 이상하다


‘조희풀’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갈잎 넓은잎떨기나무이다. 조희풀은 나무질 부분의 발달이 약해 풀로 기록한 문헌도 있으나 줄기 밑동이 굳은 나무질로 겨울을 나므로 나무의 특성이 강하다. 때문에 나무로 여기는 견해가 우세하다. 높이 1m 정도까지 자라며 잎은 마주나기를 한다. 꽃은 8~9월에 짙은 보랏빛으로 피며 열매는 9월에 익는다. 한방에서는 가을에 뿌리를 채취하여 냉치료나 건위제로 쓴다. 비슷한 식물로서 병조희풀과 자주조희풀로 갈라보기도 하는데, 모두 나무인데도 풀의 이름이 붙었다. 조희풀은 ‘종이의 풀’이라는 뜻인데, ‘조이풀’이라고도 부른 적이 있어 그 뜻은 불분명하다. 풀의 이름이 붙은 까닭은 줄기가 약하고 나무질의 발달이 약해 나무인 것 같기도 하고 풀인 것 같기도 한 데서 이름이 붙었다


린네풀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의 이름을 기념해서 붙인 나무이름’으로서 풀의 뜻이 있지만 사실은 인동덩굴과에 딸린 늘푸른넓은잎 좀나무이다. 줄기는 땅 위를 기면서 1m 정도 자란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며 꽃은 7월에 분홍색으로 핀다.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북부 지역의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이 식물은 늘푸른나무이지만 줄기의 지름이 1m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무라고 하기엔 너무 가늘고 약하다. 따라서 풀처럼 보인다는 의미에서 린네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죽절초, 만병초 등은 풀이 아니다
또한 한자의 ‘풀 초()’가 붙어 풀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나무인 식물 이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로서 골담초는 한자로 골담초(骨擔草)라 쓰며 파자하면 ‘뼈를 책임지는 풀’이란 뜻이 있다. 그렇지만 골담초는 콩과에 속하는 갈잎넓은잎떨기나무이다. 골담초는 높이 2m 정도 자라며 밑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와 큰 포기를 형성한다. 잎은 어긋나기를 한다. 꽃은 5월에 노란빛이었다가 붉은빛으로 변한다. 열매는 8~9월에 익는다. 뿌리는 술을 담가 신경통 등에 쓰며, 강장이나 부인병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골담초와 비슷하지만 작은 잎이 12~18개인 것을 좀골담초, 작은 잎의 길이가 8~17mm인 것을 반용골담초라 부르며 모두 ‘풀 초()’자 이름을 달고 있다. 이 나무는 줄기가 가는 편이지만 약하지 않고 굳다. 그래서 이 이름의 끝말에 ‘풀 초’가 붙은 이유는 확실히 알 길이 없다. 다만 줄기가 그다지 크게 자라지 않는 데서 풀로 인식한 것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죽절초는 한자로 죽절초(竹節草)라 쓰며 파자하면 ‘대나무의 마디 같은 풀’이란 뜻이 있지만 사실은 홀아비꽃대과에 속하는 늘푸른넓은잎떨기나무이다. 높이는 1m 정도에 달하고, 잎은 마주나기를 한다. 꽃은 6~7월에 녹색을 띠는 누런빛으로 핀다. 열매는 10월에 붉은빛으로 익는다. 죽절초의 이름은 줄기가 약하고 거의 녹색을 띠는 데서 풀로 여긴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말의 이름은 남한에서 보통 죽철초라 부르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그 식물의 나무성질을 그대로 나타내 죽절나무로 부르고 있다. 이 식물은 풀이 아닌 나무이므로 ‘대나무와 같이 마디가 있는 나무’라는 뜻에서 ‘죽절나무 또는 죽절목’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낭아초는 한자로 낭아초(狼牙草)라 쓰며 파자하면 ‘이리의 이빨과 같은 풀’이란 뜻이 있다. 그러나 낭아초는 풀이 아니고 콩과에 속하는 갈잎넓은잎떨기나무이다. 잎은 어긋나기를 하며 꽃은 7~9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심어 기르던 것이 퍼져 있다. 이 식물은 나무이지만 줄기가 약해 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만병초는 한자로 만병초(萬病草)라 쓰며 파자하면 ‘1만 종류의 병에 효과가 있는 풀’이란 뜻이 있지만 이 식물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늘푸른넓은잎떨기나무이다. 잎은 어긋나기를 하며 꽃은 7월에 흰빛으로 핀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또한 만병초와 비슷하지만 진한 붉은빛의 꽃이 피는 것을 홍만병초, 노란빛으로 피는 것을 노란만병초라 하여 모두 ‘풀 초()’자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 나무이다. 이 나무이름이 어째서 풀의 뜻으로 불리게 됐는지는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약재로 쓰는 식물이 대체로 풀인 데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풀처럼 여겨 부르던 것이 굳어진 것이 아닌가싶다. 

한편 덩굴성의 나무인 인동덩굴도 별칭으로 ‘인동초’라 부르고 있어 어색하다.

 

잘못된 나무이름 바로잡아야

우리말의 식물 이름은 1930년대 말의 좬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좭과 1940년대의 식물명감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를 선취권으로 하여 순차적 확장단계의 순서를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곧 식물이름은 선취권의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의 잘못된 식물이름이 지금까지도 수정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잘못된 식물이름에 있어서 한국인의 인지태도와 문화의 상호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그 이후 우리말 식물명의 통일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차례의 논의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완전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논의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에야 우리말의 식물명표준목록이 마련됐단다. 얼핏 들여다보았다가 그대로 접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편성과 신빙성을 위해 별명을 나열하기도 했지만 의미가 변함없는 이름 중 우리말명의 맞춤법 이질성, 학명 선택에서의 세계적 통용 미비, 우리말명과 별명의 출전을 밝히면서 앞선 자료의 틀린 부분을 재차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했다가 실수한 잘못, 한반도 자생의 불분명한 식물의 나열, 남북통일을 멀리 내다보지 않고 남한에서 쓰는 이름을 고집함으로써 이질성을 더욱 고착시킨 점 등이 문제점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식물명통일안. 이것을 마련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모양인 것만은 분명한가보다

생각건대 아무래도 식물명 통일안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야 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또다시 우리말 식물명 통일안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혼란스런 식물명은 꼭 수정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필자가 마련 중인 남북식물명통일안도 이를 뒷받침하고 싶다. 

된장풀, 조희풀, 죽절초, 낭아초

만병초, 골담초, 골담초 붉은꽃, 인동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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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대표, '2021 대한민국 글로벌브랜드대상' 수상
글로벌뉴스/ 김진홍 2021.11.10
[서울=글로벌뉴스통신]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 대표(농학박사)가 11월 9일(화) 글로벌뉴스통신이 주최하고 2021 글로벌브랜드대상 위원회가 주관하며 국회출입기자협의회, 여정포럼(여당의 정책을 연구하는 자유포럼), 국회학회, 둥근사회가 후원하는 “2021 대한민국 글로벌브랜드대상(교육)”을 수상했다. 
송홍선 박사는 현재 민속식물 연구소 및 풀꽃나무 대표, 공주 대학교 식물자원학과 교수 그리고 (사)자연생태연구소 공동대표 등을 재임하면서 ‘우리식물 바로알기’의 일환으로 ‘우리식물 특히 도서식물 생태지기’ 및 한반도 식물의 환경과 생태 및 문화를 널리 인식시키는 범국민적 인식을 실천하고 있고, 또한 일반인 대상의 식물생태 강좌 및 대학에서 학생 대상의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학자(농학박사)로서의 큰 귀감이 되고 있어 주위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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