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대충 뭉개며 쓰는 식물 관련 용어 오류를 몇개 짚어보자. 문제는, 이런 작은 오류를 누구도 시정하지 않고 다음 세대로 물려주려 한다는 점이다. 정말 생물학자나 국립국어원이 무책임하다.
연뿌리(연근)은 정확히는 (감자처럼) 연(꽃) 덩이줄기이다. 뿌리는 수염뿌리로 잘게 난다. 잎이 이 덩이줄기에서 난다. 더해서, 연덩이줄기나 잎은 "연"이 아니라 "연꽃"의 덩이줄기이다. 식물 이름도 꽃과 구분이 애매하다.
둥굴레뿌리라 부리는 것도 사실은 덩이줄기다. 둥굴레가 외떡잎식물인데 어찌 수염뿌리 말고 곧은뿌리가 나겠는가?
고구마 줄기는 전혀 줄기가 아니라, 고구마 "잎자루"이다. 줄기는 (잎채 먹는 영양가가 높다는 끝순을 제외하고) 억세서 먹지도 못한다.
메리골드를 흔히 금잔화라 부르는데, 금잔화는 같은 국화과*이지만 잎이 갈라지지 않고 털이 많아 두툼하게 보이며, 꽃도 얄팍해서 정말 잔처럼 보인다. 메리골드는 키가 작은건 프렌치 메리골드로 만수국이라 하고, 키가 큰 건 아프리칸 메리골드로 만수국이라 부른다.
금계국은 토종이며 60cm정도에 한해살이풀이고 노란 꽃(다발)* 가운데가 금색으로 물들었는데; 큰금계국은 외래종이며 키가 1m, 여러해살이풀이며 꽃 전체가 노란색이다. 그러니까 들에 번진 꽃들은 거의 큰금계국인데 다들 그냥 금계국이라 부른다. 별 상관이 없겠지?
* 국화과의 꽃은 줄기끝에 하나씩 피는 두상화로서 그 한송이로 여기는 꽃 하나에 수백송이의 꽃들이 모여있는 한다발의 꽃이다. 왜냐면, 꽃이란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 등으로 구성되면 하나의 꽃이며, 그 꽃 하나하나 단위로 씨가 맺힌다. 해바리기 씨를 생각해보라, 그 한 뭉치에 얼마나 많은 씨가 맺히는지 이해해 보라.
키작은 두해살이 풀은 (햇볕을 보려고) 가을에 나서 겨울을 지나 봄에 꽃 피우고 시드는 키작은 식물들인데, 이들의 수명은 한해도 채 안되지만, 겨울을 보낸다고 (해가 바뀐다고) 두해살이라 부른다, 왜 그랬을까?
상사화라 흔히 부르는 석산(꽃무릇)은 실은 상사화란 이름을 갖는 풀이 달리 있다. 그런데 잎과 꽃이 달리 피는 수선화과 풀을 통틀어 그냥 상사화라 부르는 통속어가 생겨나 석산을 (정말 상사화와 구분 않고)그냥 상사화라 부른다.
나무란 말은 영어로 Tree라 번역이 되지만 풀은 grass라 번역되는데 이는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grass는 대체로 줄맥(나란히맥)을 갖는 외떡잎 식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여러해살이 식물을 perennial plant라 하듯, plant가 풀이란 말을 대체하기도 하는데 정확하게는 식물이란 말로 나무를 포함한다. 그러니까 grass와 plant 사이의 대체어가 없는듯 하다. 또한 grass란 말의 우리말은 없다.
송악과 담쟁이덩굴을 흔히 아이비로 혼용하는데 송악은 두릅나무과이고 담쟁이는 포도나무과로 집안이 다르다.
산초와 초피란 이름: 두 나무는 가시나 꽃이나 잎으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대체로 열매 껍질을 부수어 향료로 쓰는 것(정명:초피, 남부명:산초)과, 열매속 씨앗을 짜서 기름내어 쓰는 것(정명:산초, 남부명:제피)로 갈린다. 향료는 남부지방에서 처럼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산초라 이름한다. 향료에 대해서는 더러 사람들이 이를 산초니 제피니 다투기도 하지만 산초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무는 식물학자가 이름짓길 산초가 열리는 나무를 초피나무라 하고, 기름짜는 나무를 산초나무라 한다. 아마도 이는 (지방 말 산초나무가 경기지방에서는 추워서 자라지 못하니) 비슷한 나무를 사람들이 산초나무라 먼저 부르고, 식물학자들이 표준어로 이를 따랐던 탓일 거다. 나중에 비슷하지만 다른 나무가 남부에서 밝혀지고는 초피라 정했겠지...
그러니끼 이경우는 현재의 정명(바른이름)이 잘못된 걸로 봐야하겠다.
참조1, 일본속담) 山椒は 小粒でも ぴりりと 辛い ( さんしょうは こつぶでも ぴりりと からい)
참조2, 개산초) 열매껍질을 먹는 나무와 (잎가톱니/가시마주나기/붉은열매가) 비슷한 속성을 갖는데 "개산초"라 부른다. (다만, 쪽잎이 3~7개이고 잎자루에 날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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